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뭐
한
열 살 즈음 되었을까.
그래, 열 살 무렵 이었던 것 같다.
아무튼 그 열 살 무렵의 4월.
내 생일도 4월인데 나는 늘 4월은 엄마 생일이라고만 생각했다.
그 꼬맹이는 4월만 되면 신나서 엄마 생일 선물을 고르는데에 집중했다.
1996년 4월, 그 때는 내가 일산에 살고 있었을 때다.
아파트 초입의 작은 상가에 선물 가게 같은게 들어섰다.
내 기억이 맞다면 한미은행 옆의 길다랗게 이상한 구조의 가게였다.
그 앞은 슈퍼마켙이었고.
아무튼 엄마 선물을 빠르게 골라야 했던 아이는 그 선물 가게에 들어갔다.
그게 아마 나와 그 선물 가게 주인 아주머니와의 첫 만남 이었을 거다.
"엄마 생일 선물을 사러 왔는데요"
라고 하니까 갑자기 아주머니가 작은 상자에 든 싸구려 브로치를 마구 마구 보여주기 시작했다.
가격은 3천원부터 만 원까지 매우 다양했다.
꼬맹이었지만 보는 눈은 조금 남달랐던 나는 그런 건 엄마와 어울린다고도 생각 안했고,
엄마의 비싼 옷들과도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단념했다.
"그런 거 말고요."
그렇게 여러 번 선물 고르기 실패 이후, 아주머니는 하부장 깊숙한(?) 곳에서 무언가를 꺼냈다.
길쭉하고 투명한 유리병이었다.
L'EAU PAZ KENZO
그랬다. 그건 로빠겐조 라는 프랑스 브랜드 겐조의 향수였다.
내 기억으로는 3만원 정도 주고 산 것 같다.
엄마가 아주 좋아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.
그 이후로 나는 그 가게에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향수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.